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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골프 열풍 (확산 배경, 과잉공급 우려, 지속가능성)

by yunsook3899 2026. 5. 10.

파크골프가 "골프의 저렴한 대체재"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직접 몇 번 다녀보니 그 말은 절반만 맞았습니다.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라, 삶의 리듬 자체가 달라지는 경험이었습니다. 최근 3년 새 전국 회원이 두 배 이상 늘었다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왜 중장년층은 파크골프에 빠지는가 — 확산 배경

파크골프는 일반 골프와 달리 코스 길이 자체가 짧습니다. 홀당 거리가 보통 30~100m 수준으로 설계되는데, 이 거리 설정이 실제 운동 강도를 크게 낮춰줍니다. 여기서 홀당 거리란 티잉 구역(공을 처음 치는 출발 지점)에서 홀컵(공이 들어가는 목표 지점)까지의 직선 거리를 의미합니다. 일반 골프의 평균 홀 거리가 300~500m 수준임을 감안하면, 파크골프는 체력 부담이 현저히 낮습니다.

제가 강원도 양양 남대천변 파크골프장을 처음 방문했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평일 오전인데도 이미 코스가 꽉 차 있었고, 대부분 60대 이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정도 운동이 의미 있나?" 싶었는데, 한 라운드를 돌고 나니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운동보다 공기와 대화, 걷는 리듬 자체가 좋았습니다.

파크골프 클럽(채)은 일반 골프채와 달리 한 개만 사용합니다. 골프처럼 아이언, 드라이버, 퍼터 등 여러 클럽을 구분해 쓸 필요가 없어서 장비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 전국 파크골프 회원 수는 최근 3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했으며, 특히 강원도 지역은 같은 기간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서 이 숫자는 단순한 유행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4년 기준 전체 인구의 19.2%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출처: 통계청),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야외 스포츠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설 급증의 이면 — 과잉공급 우려

강원도 내 18개 시군 전역에서 현재 48곳의 파크골프장이 운영 중이고, 8곳이 추가 조성 예정입니다. 숫자만 보면 인프라가 촘촘하게 갖춰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다녀본 몇몇 곳에서는 생각보다 조용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평일 낮 시간대를 제외하면 코스 대부분이 비어 있었고, 관리 인력도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여기서 이용률이란 해당 시설이 운영 가능한 시간 대비 실제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비율을 의미합니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고정 유지비는 동일하게 발생하면서도 수익은 줄어들어, 결국 지자체 재정에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스포츠 시설은 트렌드에 민감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인기가 10년 후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스포츠 인프라 분야에서는 사전 타당성 조사(feasibility study)가 중요합니다. 타당성 조사란 해당 시설이 경제적·사회적으로 실제 필요한지 수요와 비용을 분석하는 사전 검토 과정입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따르면, 공공 체육시설의 평균 운영 적자율은 상당한 수준이며, 수요 예측 없이 조성된 시설일수록 이 문제가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출처: 국민체육진흥공단). 제 경험상 이건 파크골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과거 게이트볼장이 우후죽순 생겼다가 현재 많은 곳이 방치된 사례를 생각하면, 지금의 파크골프 확장 속도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지자체마다 경쟁적으로 시설을 늘리면서 정작 중요한 수요 분석을 건너뛰는 분위기는 분명 우려스럽습니다. 파크골프가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숫자보다 질적인 관리가 먼저입니다.

오래 살아남는 파크골프장의 조건 — 지속가능성

제가 여러 파크골프장을 다니면서 느낀 건, 시설 규모보다 관리 상태가 방문 만족도를 훨씬 크게 좌우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잔디 상태 하나만으로도 그 시설의 운영 수준이 보였습니다. 여기서 그린 퀄리티(green quality)란 골프·파크골프 코스에서 잔디 균일도, 밀도, 표면 평탄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개념입니다. 이 퀄리티가 낮으면 공이 예측 불가능하게 튀기 때문에 게임의 재미가 크게 떨어집니다.

오래 살아남는 파크골프장은 결국 다음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 꾸준히 관리된 그린 퀄리티 (잔디 상태와 코스 평탄도)
  • 주차와 접근이 편한 입지 조건
  • 라운드 전후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
  • 인근 지역 먹거리나 관광과 연계된 방문 동선

단순히 코스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재방문율을 끌어올리기 어렵습니다. 강원도처럼 자연 풍광이 뛰어난 지역은 파크골프 자체가 여행 목적지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 골프 여행처럼 좋은 코스를 찾아 원정을 오는 문화가 파크골프에서도 서서히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직접 다녀보니, 이 방향으로 운영하는 곳이 실제로도 더 붐볐습니다.

파크골프가 지역 커뮤니티형 스포츠로 자리잡으려면, 지금 당장의 인기보다 5년 후의 운영 가능성을 먼저 따져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파크골프의 인기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고령화 사회의 구조적 수요와 맞닿아 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속도로 시설이 늘어난다면, 몇 년 안에 관리 부실 시설들이 속속 문을 닫는 상황을 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파크골프를 시작해 보고 싶다면, 가까운 시설 한 곳을 직접 방문해 그린 상태와 이용자 분위기를 먼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숫자보다 현장이 더 솔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EfJoDBlc7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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